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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tory

청향비(서검은구록) (전4권) - 김용 (고려원,1986) [2011.03.29~2011.04.04]


홍콩의 무협소설 대가 김용 (진융,金庸)의 데뷔 소설로 올해 읽은 19번째 책이다.
또한 김용의 소설로는 아홉번째로 읽게 된 작품.

음... 이 책을 마치고 처음 든 생각은 표지의 향비가 김용이 표현한 그녀라면...
좀 실망스럽다랄까...^^ 훨씬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맘속엔 담아두련다^^
또한 언젠가 꼭 위구르에도 가보고 싶다^^

청나라 고종인 권륜황제는 실제로는 한인이 아니라는데에 역사학자들은 의견을 같이 한다지만,
소설로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하기에 그런 논란과는 상관없이 정말 재밋게 읽은 작품이다.

그러고 보니 이 소설에서는 청에 대항해 한실을 재건하기 위해 활약하는 영웅들을 그렸는데, 그의 다음 작품인
'벽혈검'은 후금에 대항해 용감히 싸웠던 원숭환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외세에 항거한 한족의 이야기가 그의 작품에 주된 역사적 배경으로 사용된 것이다.

2007년에 김용은 자신의 작품들의 개정판을 내면서 아쉽고도 슬펐던 이 소설의 마지막부분에 진가락이 향향공주의 주검 앞에서 비통함을 금치 못하며 자책하는데 더해 이승에서 못다한 사랑을 저승에서 실현하는 내용을 삽입했다고 한다.
역시 새드 엔딩이 오래 기억된다지만 해피엔딩아닌것이 그렇게 아쉬울수가 없었는데 그나마 위안이 될것같다...

아래에 김용 자신이 직접 쓴 이 작품의 '작가후기'를 첨부한다.
작가 후기도 신필 김용의 그것인고로... 재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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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후기 (作家後記) - 김용

<소설 청향비>인 서검은구록은 내 처녀작이다.
1955년 작이니 어언 30년이 된 셈이다.
내 고향은 절강성 해령이다. 권륜 황제에 관한 전설은 어려서부터 많이 들었다. 소년 시절 보이 스카우트로 있을 때도 권륜이 만들어 놓은 해령의 석당에서 야영을 했다. 성이 나 밀려 오는 것 같은 사나운 조수도 밤에 보았다. 처녀작을 인상이 짙은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엮어 쓰게 된 셈이다. 그러나 진가락은 내가 설정한 가공의 인물이다. 향향 공주도 전설이나 역사상의 향비가 아니다.
향향 공주는 향비보다 훨씬 아름답다. 이 책의 표지나 삽화에 나오는 향비의 그림도 권륜에게 이와 같은 빈비가 있었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알리고 싶어 수록했을 뿐이다.

해령은 청나라 때에는 항주부에 소속된 바닷가의 작은 고을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조수만은 유명했다. 근대의 저명한 인물인 왕국유(王國維), 장백리, 서지마 등의 성격을 보면 어딘가 우울한 색조와 비극적 요소를 가미한데다 나름대로의 독특한 아집을 가지고 있다. 진가락의 성격에도 어쩌면 이들 몇 사람의 그림자 비슷한 것이 있는 듯하다. 해령에서는 무인(武人)이 별로 나오지 않았다. 군사학의 대가인 장백리씨도 이론가일 뿐이다.
역사학자인 맹삼은 고증을 거쳐 권륜이 해령 진씨 가문의 후예라는 전설은 믿을 수 없는 것이라 하고, 또 향비가 황태후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전설도 사실이 아니라 했다. 역사학자들은 물론 전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설을 쓰는 사람은 전설을 좋아한다.

권륜이 해령의 해당을 대대적으로 수축한 일은 일반 백성들에게 큰 혜택을 준 것이다. 내가 책에서 그를 엉망으로 묘사해 놓았으니 정말 미안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가 시를 잘못 짓는 것도 따지고 보면 별로 상관없는 일이다. 그러나 내가 어렸을 때, 해령과 항주 등 도처에서 그가 쓴 어제시(御製時)의 석각(石刻)을 보면 늘 묘한 반감을 느꼈다. 지금 볼 수 있는 명화의 복제품 가운데 그가 제자(題字)한 것이 눈에 될 때마다 못마땅하니 한번 꼬집어 주어야만 속이 풀릴 것 같아서 그렇게 하였다.
이 소설은 신문에 연재했는데, 단행본으로 나올 때마다 수정을 거듭했다. 원본에 삽화를 많이 삽입한 것은 독자로 하여금 중국의 인물과 예술 작품에 접할 기회를 보다 많이 부여하기 위해서이다.
소설이 재미 없다고 느껴지면 그림 구경이나 하시라는 뜻이다.